RETRO+) 작별의 시간 - 짱구청소년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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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 작별의 시간 - 짱구청소년오락실


※ 본 포스팅은 채널라디오피플 블로그 '문화유랑단'을 통해 2016.03.02에 공개되었습니다.

※ 최소한의 맞춤법 교정에 한하여 다듬는 선으로 재정리하였습니다.


 

2월의 어느 날. 한 잡지에서 읽어 내려가던 어느 기사에서 어렸을 적,게임에 열광 했던 꼬마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오래된 모습의 오락실이었습니다.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한, 어린시절 제가 기억하던 그 모습의 오락실이었습니다. RETRO PEOPLE을 진행하고 계시는 진행자분들도 그렇지만, 저 역시도 게임을 무척 좋아했고, 사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생전 처음보는 동네에 위치한 이곳이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빅이슈 2월호 ‘짱구 청소년 오락실’에 관한 마지막 기록 - 해당기사보기)

이미 RETRO PEOPLE을 통해 방송 스케줄을 확정 해두었고, 녹음 날짜도 정해져 있었지만, 하루라도 먼저 달려가서 보고 싶었습니다. 결정은 이미 마쳤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했습니다. 가깝지 않은 거리를 향해 전철과 버스를 타면서, 마음 어느 한 켠, 설레임 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동전을 받아 들고 신나게 뛰어가던 그 시절의 모습이 너무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익숙하지 않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닿는 동네와 오락실의 여정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두리 번 거리던 200m 앞. 시아 속으로 희미하게 오락실이라 적힌 간판이 보였습니다. 주머니에 가득 찬 동전도 확인했습니다. 동전을 만지작 거리며 무엇을 할까싶은 즐거운 상상이 뒤를 따랐습니다. 그곳으로 달려가 당장이라도 문을 활짝 열고 들어 가려던 순간, 아쉬움은 미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내려져 있는 셔터문. 길가 한켠에 덩그러니 쌓여진 부서진 게임기 들의 잔해. 그럼에도 이곳엔 오락실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 시키던 크레인 게임기 2대만이 동전을 기다리며 서있었습니다.

야속 하게도, 간판은 제가 찾아간 곳이 틀리지 않음을 재차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겉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저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예전 추억들이 기억하고 있던 순수함 가득 담긴 뜨겁고도 맑은 눈물이었습니다. 단지, 찾아간 오락실이 닫혀있던 것일 뿐인데, 애석함과 아쉬움의 깊이가 적지 않았나 봅니다. 기억을 되살려줄, 오래된 향기가 날 법한 추억의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한참 동안 오락실 앞을 서성거렸습니다. 닫혀있는 문이 열릴 거란 기대감은 없었지만, 이 울음을 멈출 시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했습니다. 망가진 게임기의 잔해들을 보며 아쉬움을 삼켰고, 오락실 간판을 물그러미 바라보며 애석한 마음들을 달래 보았습니다. 울음이 그치고, 아쉬움도 가라앉은 후엔, 시간이 지나 훌쩍 커버린 꼬마였던 현재의 모습만이 남겨 졌습니다. 꼬마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윽고 좀 전과는 다른 슬픔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슬퍼지는 이유는, 순수한 시절의 흔적들이 사라지는 현실을 목격한 순간. 사라져버린 흔적에 대한 상실감과, 변해버린 자화상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현실 때문 일 겁니다. 저는 오늘, 이 곳에서 그것을 목격했습니다. 문이 닫힌 오락실. 저와 아무 상관 없고, 추억도 없는 이 오락실에서, 찾을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잠시 잊고 지내던 추억과 재회할 수 있었던 시간은 이렇게 사라졌습니다.

아쉬움이 커질수록, 현실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2월이면 사라진다는 이곳은, 예상했던 시간보다도 더욱 빠르게 우리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짧은 시간, 잠시 나마 다시 재회하고 싶던 추억들도 아쉽지만, 이렇게 떠나 보냈습니다. 행여, 작년 언젠가 방송에서 언급되었을 그 무렵, 그 때 그 시간을 잊지 않고 찾아 갔더라면 어땠을까요.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도, 낯선 이곳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조금 덜하고 추억과의 재회는 행복했을지도 모르지만, 때 늦은 시간임에도 오락실을 사랑했던 한 꼬마 아이가 찾아간 이곳은 먼 길 찾아온 지난 시간 속 꼬마 아이를 향해 이 순간, 잔잔한 이별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아직은 겨울 이었던 2016년 2월의 어느 날 쓰여진 흔적들과 기억들에 관하여... 어느 오래전, 간직해왔던 추억들과 재회하지 못한 채 아쉽게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추억은 가슴으로 남겨지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살아있는 시간에 숨 쉬고 움직이는 존재 이기에,

진하게 남겨진 어제의 흔적들을, 미처 외면치 못한 채 돌이켜 보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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